그는 처음으로 아내를 '제대로' 쳐다보았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 대지(The Good Earth) 줄거리 6화

부자가 된 왕룽에게 작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했었죠. 그 변화는 아주 사소한 데서 시작됩니다. 어느 날, 그는 늘 봐오던 아내의 얼굴을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시선이, 한 가정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시작이 됩니다.

처음으로 ‘다르게’ 본 아내

대지 6화 이미지 1

“머리에 기름이라도 좀 바르고, 옷도 새로 지어 입지 그래.” 왕룽이 던진 말이었습니다. 오란은 영문을 모른 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젠 지주의 아내인데, 그 신발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크고 묶이지 않은 발을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오란은 발을 의자 밑으로 슬며시 숨기며 작은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제가 너무 일찍 팔려가서, 어머니가 제 발을 묶을 새가 없었어요. 둘째 딸의 발은 제가 꼭 묶어줄게요.” 화를 내기보다 조용히 받아들이는 그 모습에, 왕룽은 오히려 더 짜증이 났습니다. 자신이 가진 땅의 절반은 그녀가 부잣집에서 챙겨온 보석 덕분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그 사실조차 외면하며 새 옷을 걸치고 집을 나섰습니다. “찻집에라도 가서 새로운 소식이라도 들어야겠다.”

찻집에서 만난 여자

대지 6화 이미지 2

화가 난 채 들어선 찻집 위층, 그곳은 농부인 그가 한 번도 발 들여본 적 없는 세계였습니다. 좁은 계단을 오르자 방마다 여자들의 얼굴이 빛처럼 비쳤습니다. 누군가 그를 보고 “밭과 마늘 냄새가 난다”며 비웃었지만, 그는 묵묵히 안내를 따랐습니다.

그렇게 만난 여자가 롄화였습니다. 손은 너무 작아 믿기지 않을 정도였고, 손톱은 연꽃 봉오리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발은 그의 손가락 길이만 한 비단 신발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오란에게는 단 한 번도 없던 것들이, 그녀에게는 전부 있었습니다.

두 가지 재앙, 그러나 두렵지 않았다

그 무렵 자연은 또 한 번 그를 시험합니다. 홍수가 나서 그의 땅 절반 가까이가 호수처럼 물에 잠겼습니다. 하지만 곡식을 쌓아둔 창고와 높은 곳에 지은 집 덕분에, 그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엔 메뚜기떼가 몰려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하늘의 뜻이라며 포기할 때, 왕룽은 칭과 일꾼들을 불러모아 밭에 불을 지르고 물길을 파며 밤낮없이 싸웠습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레 동안 오직 땅만 생각하며 싸우는 사이 그는 자신을 괴롭히던 마음의 근심들을 잠시 잊을 수 있었습니다. 바깥의 재앙은 그를 두렵게 하지 못했습니다. 정작 그를 흔든 건 집 안에서 조용히 자라난 거리감이었습니다.

말없이 멀어지는 여자

오란은 그 후로도 화를 내거나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평소보다 더 말이 없어졌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침묵은,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침묵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는지를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