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갖고 싶다던 진주 두 알, 그는 결국 빼앗았다 — 대지(The Good Earth) 줄거리 7화

오란의 침묵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뜻이 아니었다고 했었죠. 사실 그녀의 몸속에선 한참 전부터 병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병을 처음으로 알아챈 건, 뜻밖에도 어린 둘째 딸의 한마디였습니다.

침묵 속에 자라난 병

어느 날 왕룽은 울고 있는 둘째 딸을 발견합니다. 발을 묶는 천이 너무 조이는 게 아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딸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아버지는 마음이 너무 약해서 아파하는 걸 못 보니까, 크게 울면 풀어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풀어주면 나중에 남편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마치 아버지가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그 말이 왕룽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그제야 그는 오란을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야위고 누렇게 변한 얼굴, 아침마다 들리던 낮은 신음 소리. 그동안 모른 척 지나쳤던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마당을 쓸던 오란이 갑자기 안색이 새파랗게 변하며 배를 움켜쥡니다. “그저 뱃속의 오래된 통증일 뿐이에요.” 그녀는 그렇게만 답했지만, 왕룽은 처음으로 오랫동안 잊고 있던 다정한 말투로 그녀를 방에 들여보냅니다.

그녀가 보고 싶어한 단 하나의 장면

대지 7화 이미지 1

그 겨울 내내 왕룽은 오란의 곁을 지켰습니다. 관 두 개를 미리 사두기도 했습니다. 하나는 그녀를 위해, 또 하나는 언젠가 떠날 늙은 아버지를 위해서였습니다. 오란은 죽음을 받아들였지만 단 한 가지를 미루고 싶어했습니다. “큰아들이 혼인하는 걸 보기 전엔 죽을 수 없어요.” 왕룽은 사람을 보내 멀리 있던 큰아들을 불러옵니다.

혼례는 그녀의 방에서 작은 의식으로 마무리됩니다. 신랑과 신부는 그녀의 침대 곁에 앉아 함께 술과 밥을 나누었고, 오란은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말했습니다. “이 자리는 이제 너희의 신방이 될 거다. 나는 곧 이 자리를 떠나야 하니까.” 잔치가 벌어지는 동안 그녀는 모든 방문을 열어두라고 했습니다. 떠들썩한 소리와 음식 냄새를 끝까지 느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말, 그리고 빼앗긴 진주

그날 밤,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집이 다시 고요해지자 오란의 기운도 함께 빠져나갔습니다. 그녀는 새로 혼인한 두 사람을 불러 마지막 당부를 남깁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 그리고 가엾은 큰딸을 부탁한다는 말. 그러면서 단 한 번, 평생 말 걸어본 적 없던 롄화를 가리키듯 덧붙였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너희가 챙길 의무가 없다.” 그러고는 왕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마치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듯한 눈빛으로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장례를 치르며 왕룽은 한 가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빨래하던 오란에게서 가져간 진주 두 알. 그녀가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그 작은 진주를, 그는 결국 빼앗아 롄화의 귀에 걸어주었습니다. 이제 그는 다시는 롄화가 그 진주를 한 귀에 걸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같은 날, 두 개의 무덤

비슷한 시기, 늙은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왕룽은 자신의 땅 한편에 가족 묘지를 마련해 두 사람을 나란히 묻습니다. 평생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던 롄화도 이날만큼은 가마를 타고 장례에 참석했습니다. 오란이 살아있을 땐 감히 얼굴을 비칠 수 없었던 사람이, 이제는 모두에게 도리를 다하는 척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지적장애가 있던 큰딸도 영문도 모른 채 가마에 실려 와, 울어야 할 자리에서 자꾸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흙 앞에서 흘린 그의 마지막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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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앞에서 왕룽은 끝내 큰 소리로 울지 않았습니다. 슬픔은 메마르고 단단했습니다. 그런데 홀로 집으로 걸어가던 길,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또렷이 떠올랐습니다. “내 인생의 좋았던 절반이 저 땅 아래 묻혔구나.” 그는 그제야 아이처럼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냈습니다.

삶은 계속됐습니다. 그가 키운 세 아들은 이제 각자 전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늙은 왕룽이 지켜야 했던 땅과 점점 멀어지려는 자식들의 이야기로 이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