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땅만 갈던 남자가 인력거를 끌어야 했던 이유 — 대지(The Good Earth) 줄거리 3화

평생 땅만 갈던 남자가 인력거를 끌어야 했던 이유 — 대지(The Good Earth) 줄거리 3화

태어나서 처음 타본 '화차(火車)'. 왕룽에게는 신기함보다 두려움이 컸습니다. 사람도 짐승도 아닌 무언가가 불과 물을 뿜으며 수레들을 끌고 간다는 이야기를, 그는 찻집에서 떠도는 소문으로만 들어봤을 뿐이었습니다. 고향을 등지고, 살기 위해 남쪽 도시로 향하는 길이었으니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도착한 도시, 환영받지 못한 사람들 도시에 도착했지만 이 가족을 반겨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곡식과 벽돌을 실은 당나귀 행렬이 지나갈 때마다, 마부들은 일부러 채찍을 날카롭게 휘둘러 소리를 냈습니다. 놀라서 펄쩍 뛰는 왕룽 가족을 보며 비웃듯 웃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풍요로운 남쪽 도시에서, 이들은 그저 낯설고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벽에 붙여 지은 집성벽을 따라 이미 여러 채의 거적집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왕룽은 어떻게 짐을 엮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었는데, 그때 오란이 나섭니다. "이건 할 수 있어요. 어릴 때 해본 적이 있어요." 그녀는 능숙한 손길로 거적을 엮어 둥근 지붕을 세우고, 바닥에 벽돌을 깔아 작은 집을 완성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자기 소유의 땅과 집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초라한 보금자리였습니다. 다행히 근처에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가 있었습니다. 커다란 솥에서 끓는 흰쌀밥 냄새를 따라간 가족은, 그곳에서 처음으로 며칠 만에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인력거를 끄는 농부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무료 급식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었으니까요. 왕룽은 거리를 헤매다 인력거를 빌려주는 곳을 찾아냅니다. 평생 땅만 갈아온 손으로 인력거를 끄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는 구걸만은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그 일을 선택했습니다. 오란은 알고 있었다 반면 오란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구걸하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릇을 내밀며 애처로운 목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그 모습에, 왕룽조차 낯설어할 정도였습니다. 그녀는 차분히 그 이유를 털어놓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도 이런 흉년에 노비로 팔려갔고, 그때 이렇게 구걸하며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고. 아이들에게도 그릇 내미는 법을 가르치던 그녀의 모습은, 평소의 무뚝뚝함과는 다른 깊은 생존의 지혜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거리에서 본 두 개의 세상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부유한 사람들과, 길바닥에서 하루를 버텨야 하는 이 가족. 도시는 분명 풍요로웠지만 그 풍요는 누구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서, 도시에는 점점 묘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합니다. 군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불안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이 가족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그날 밤 이야기,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가구도, 문짝도 다 팔았다. 그런데 땅만은 절대 팔지 않았다 — 대지(The Good Earth) 줄거리 2화

가구도, 문짝도 다 팔았다. 그런데 땅만은 절대 팔지 않았다 — 대지(The Good Earth) 줄거리 2화

작년엔 풍년이었습니다. 첫 아들도 태어났고요. 그런데 올해, 하늘은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려주지 않았습니다. 농부에게 가뭄이란 단순한 '날씨'가 아닙니다. 그것은 가족의 목숨이 걸린 문제였습니다. 왕룽 가족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봄 처음 비가 늦어졌을 때만 해도 왕룽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곧 오겠지." 농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비는 끝내 내리지 않았습니다. 밭은 점점 갈라지고, 집 안에 쌓아두었던 곡식도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굶주림이 집안을 잠식하다마을 전체가 굶주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마음도 점점 날카로워졌습니다. 어느 날 밤, 왕룽의 숙부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그의 집으로 몰려와 문을 두드립니다. 그들은 집 안 구석구석을 뒤져 숨겨둔 곡식 몇 알을 찾아냈고, 그것마저 빼앗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가구까지 들고 가려 했습니다. 그때 평소엔 말이 없던 오란이 나섭니다. "곡식은 가져갔으니 됐다, 식탁과 의자까지 가져가지는 말아 달라"고 차분하게 맞섰습니다. 자신도 이 어려운 시기에 넷째 아이를 배 속에 품고 있다는 사실까지 담담하게 밝히며. 부끄러워진 사람들은 결국 하나둘 물러납니다. "그래도 땅은 팔 수 없다" 며칠 뒤,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굶주린 농부들의 사정을 이용해 땅을 헐값에 사들이려는 자들이었습니다. 평소엔 거의 화를 내지 않던 왕룽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격렬하게 폭발합니다. 차라리 땅을 파서 흙을 자식들에게 먹이겠다고, 가족 모두 이 땅 위에서 죽겠다고 소리치며 거래를 단호히 거절합니다. 흥분한 그를 대신해, 다시 오란이 차분히 정리합니다. "식탁과 침대, 솥은 팔아도 된다. 그러나 땅과 농기구는 절대 안 된다." 분노보다 더 단단한 그녀의 침묵 같은 결단이었습니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일 가구를 거의 다 팔아치운 뒤에도 굶주림은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그 가장 힘든 시기, 오란은 또 한 명의 아이를 낳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 가족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 시절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보여주는, 너무도 아픈 흔적으로만 남았습니다. 더는 버틸 수 없었던 가족, 남쪽으로결국 가구도, 문짝도, 침대까지도 다 팔았지만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습니다. 왕룽은 마지막으로 집 대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가족을 이끌고 남쪽으로 향합니다. 정든 땅을 등지면서도 그가 손에서 놓지 않은 단 한 가지는, 바로 그 땅의 권리였습니다. 낯선 도시는 이 가족을 어떤 모습으로 맞이했을까요? 다음 편에서 그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가진 것 없던 두 사람이 차린,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결혼식 — 대지(The Good Earth) 줄거리 1화

가진 것 없던 두 사람이 차린,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결혼식 — 대지(The Good Earth) 줄거리 1화

결혼식 날 아침, 신부의 얼굴도 모른 채 데리러 가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1900년대 초, 중국의 가난한 농부 왕룽에게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습니다. 집을 좀 더 깨끗하게 보이고 싶다는 마음, 그러나 입 밖으로 꺼내기엔 부끄러운 그 마음 하나로요. 이 글은 펄 벅의 소설 《대지(The Good Earth)》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풀어드리는 시리즈의 1화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새벽평소라면 옆방에서 들리는 아버지의 기침 소리에 맞춰 일어났을 왕룽이지만, 오늘은 그보다 먼저 눈이 떠졌습니다. 오늘은 결혼식 날이었으니까요. 그는 평소 잘 신경 쓰지 않던 것들을 괜히 손보기 시작합니다. 찢어진 창호지를 새로 바르고, 자기 손으로 물을 끓여 몸을 씻습니다. 늘 아버지가 해주던 일을 굳이 스스로 해낸 것도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가진 게 많지 않은 집 아들이 부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치였던 셈입니다. 신부를 데리러 가는 길 신부를 데리러 가는 곳은 마을에서 가장 큰 저택, 황씨 가문의 집이었습니다. 왕룽은 평생 그 대문 안쪽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늘 멀리서 높은 담장만 올려다봤을 뿐이죠. 신부의 이름은 오란. 그녀는 어린 시절 큰 흉년이 들었을 때 노비로 팔려와, 줄곧 이 집 부엌에서 일해온 여인이었습니다. 발이 묶이지 않은 평범한 여성이라 좋은 집안과는 혼인이 어려웠고, 왕룽 역시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기에 화려한 신붓감을 바랄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은 애틋한 사랑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가능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잔치도 화려한 말도 없던 결혼식 결혼식이라고 해서 거창한 잔치가 벌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간소한 음식을 차리고, 몇몇 이웃이 다녀가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오란은 그날 하루 종일 거의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묻는 말에만 짧게 답할 뿐이었죠. 화려한 말이나 애정 표현 없이도, 두 사람은 그렇게 부부가 되었습니다. 땅이 보답한 첫 풍년결혼 후 오란은 단순히 집안일만 하는 아내가 아니었습니다. 집안 살림은 물론, 밭일까지 함께 거들며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왕룽 혼자였을 때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된 것이죠. 그 노력 덕분인지, 그해 농사는 유난히 잘되었습니다. 곡식은 풍성했고, 살림에도 조금씩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아이가 태어납니다. 아들이었습니다. 가문의 대를 이을 아들이 태어났다는 사실은, 왕룽에게 평생 가장 큰 자부심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평범한 행복은 얼마나 갈까 가난했지만, 이날만큼은 두 사람 다 행복했습니다. 땅도 그들에게 보답하듯 첫 풍년을 안겨주었고요.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농부에게 영원한 풍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평화로운 가정에 처음으로 닥친 위기 — 끝날 줄 모르던 가뭄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